7월 3일 찌는듯한 폭풍더위에 306에서 뒤돌아서서 가던 그때가 어제일인듯 눈에 선하구나
애써 눈물 삼키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장정들 속으로 묻혀들어간 울아들...
아빠엄마는 그런 널 두고 꺼억꺼억 눈물삼키며 돌아서야 했다 광주까지 내려오는 그 길은 왜 그리도 멀던지....
운전하는 내내 왜 그리도 소주생각이 간절하던지....
30년전 그날도 그러하였구나
7월30일 삼복더위가 한창이던 그때에
아빠는 부모님도 없이 배웅하러온 친구랑 단둘이 102보로 향했단다 머릴 빡빡 밀면서 두고온 고향생각 부모님 생각에 왜그리 목이메이던지....허공을 바라보며 허헛~ 헛기침만 내뱉기를 수차례...두고온 친구마저 눈앞에서 사라졌을땐 그야말로사막한가운데 혼자 서있는 느낌? 이젠 정말 나 혼자구나 생각들땐 밀려오는 외로움에 몸서리쳤었단다
주변에서 말들이 많았었다 우리아들 수료식 면회 때문에 연가를 냈을때....
왜 아니겠니 아들 군대간다고 2박3일 썼을때만해도 다들 자기일인양 걱정해주고 잘 다녀오라고....
그런데 아들 수료식에 간다고 연차를 또 쓰니까 도끼눈으로 째려보더구나...ㅋ
남들 다하는 군대생활 너무 유난 떠는것 아니냐고...아빠가 신교대 카페에서 열심히 댓글달고 온갖 질문들에 답변해 줄때도,
너무 심한것 아니냐는 반응이었지. 그도 그럴게 아빠 주위엔 나이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서 요즘 군대에 대해서 몰랐던거지...
해서 아빠는 모종의 결심을 했었단다 조또 짤를라믄 짤라라~ 나는 수료면회 꼭 갔다올테니깐....
그렇게 우리 가족들이 모처럼만에 상봉을 할 수 있었찌 ㅋㅋ
30년전
22사단 신병교육대에도 퇴소식때 부모님 참관이 있었다 물론 기대도 안했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생각해 봐라 그 때당시 전라도 끝트머리에서 강원도 끝터리까지 갈라믄 꼬박 이틀은 잡아야 가능했던 시절이란다
시골 꼴창이에서 부모님이 오시리라곤 아예 첨부터 생각도 못했지...
오메~ 그 먼데까지 너희 할아버지가 찾아오신거야.... 딸랑 통닭 한마리 시켜 들고...
생각지도 못했던터라 을마나 방갑던지....붙들어 안고 한참을 울었니라...크윽~
올 겨울엔 왜이리 눈도 많이오고 추운지....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제 낼부터 혹한기 훈련이 시작되겠구나 아들 추워서 어쩌니?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에 엄마아빠의 시름도 늘어만 가는데....
아무쪼록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감기 조심하거라
30년전 그날도 이렇게 앞이 안보이게 눈이 왔었다 누가 세숫대야로 퍼붓는거마냥 한치앞도 볼 수 없게 어마어마하게 눈이 많이 왔더란다 하룻내~ 눈치우다 볼장 다봤지...금방 쓸고 지나가서 돌아보면 다시 그만큼 쌓여있고 하룻내 전투화속 양말이 다 젖어서 발이 퉁퉁 불을 정도로 눈만 치우다가 돌아왔지 나중에는 치우다 치우다 못치워서 사단 불도저까지 동원해서 눈을 밀어냈단다
아빠 강원도에서 군생활 했잖니 강원도 고성
그 시절에 철책선을 전방으로 더 밀어올리는 작업을 했었다 통일 전망대 북쪽으로 몇키로 정도 더 추진하여 새로이 철책선을 설치하는 작업. 갓 지뢰제거 작업만 끝내고 그 안에 들어가서 그 엄청난 눈을 맞으며 진흙탕 속에서 그 작업을 한거야
양말이 젖지않게 비닐루로 발을 뚤뚤 감싸도 저녁에 들어오면 발이 퉁퉁 불은 라면 면발처럼 부루터져 있었고...손발이며 귀때기며 동상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아빠도 그 험한 세월을 살아 나왔다
오죽했으면 그놈의 강원도땅 쳐다보고서는 오줌도 안싼다고 그랬겠니..ㅋ
아들아 할 수 있다
아빠도 했었고 그 전에 수 많은 선배전우들이 거쳐왔던 길이란다
이제 시작하는 혹한기 훈련도 별거아냐 눈반 섞인 낙엽들을 긁어모아다가 바닥에 깔고 하늘을 지붕삼아 잠들어 보렴
웃통 벗어제끼고 이빨 뜩뜩 갈며 눈밭에 뒹굴어 봐라잉~
절~로 부모님 생각이 날게다 ㅎㅎ 어무니~ 아부지~ 싸랑합니다아~~
그렇게 그렇게....
남자가 되어가는 거란다
날이 또 추워진다는구나.
.
.
.
에구......
'군대간 울 아들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의 빈자리 (0) | 2019.10.16 |
---|---|
둘째아들 팔아묵고 왔습니다.ㅎ~ (0) | 2019.10.05 |
30연대 본부직할 부대 위문봉사 (0) | 2012.12.06 |
울 아들 사진자랑 (0) | 2012.09.08 |
울 아덜 사진영상 (0) | 2012.08.16 |